연봉 1억 회사원 vs 순수익 1억 자영업자, 진짜 이기는 쪽은 누구일까요?
· 전현철 · (주)자람

"평생 공부 잘한 내 남편 연봉 1억보다, 기술 있는 자영업 하는 네가 백배 낫다." 어느 자영업자 사장님이 손님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사장님은 어느 쪽이라고 생각하세요?
자영업자 커뮤니티에 단골로 올라오는 떡밥이 있습니다. "가처분소득은 자영업이 위, 안정성은 회사원이 위"라는 말이죠. 그런데 이 비교가 매번 흐지부지 끝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회사원 쪽 숫자만 명확하고, 자영업자 쪽 숫자는 안갯속이거든요.
외식업 16년·자영업 7년을 보낸 저도 한참 동안은 "그래도 내가 회사 다니는 친구보단 낫지" 정도의 막연한 느낌만 가지고 살았습니다. 정확한 내 순수익을 1초 만에 답할 수 있게 된 건 한참 뒤의 일입니다.
회사원의 1억은 왜 '유리지갑'이라 불릴까요?
연봉 1억 회사원의 통장에는 매달 같은 날, 같은 자리에 명세서가 한 장 꽂힙니다. 기본급·식대·교통비가 적혀 있고, 그 아래에 원천징수된 소득세·지방소득세, 그리고 4대보험(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이 한 줄씩 빠져나갑니다. 그러고 나서 마지막 한 줄에 "실수령액"이 찍히죠.
이게 바로 '유리지갑'의 본질입니다. 회사원은 자기가 한 달에 얼마를 손에 쥐는지 1초 만에 답할 수 있습니다. 명세서 맨 아래 숫자를 그대로 읽으면 되니까요. 누가 "너 한 달에 얼마 받아?"라고 물어도, 회사원은 "세후 580만 원쯤"이라고 망설임 없이 말합니다.
세금은 회사가 알아서 떼어 가고, 4대보험도 자동으로 절반씩 부담됩니다. 매달 같은 날 같은 돈이 들어오는 안정성에 더해, 숫자가 투명하다는 점이 회사원 1억의 진짜 무기입니다.
사장님의 '순수익 1억'은 어디서 나온 숫자인가요?
이제 자영업자 사장님 차례입니다. "저 1억 벌어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사장님이 가장 먼저 물어봐야 할 질문은 이겁니다. "1억이 정확히 뭔데요?"
- 매출 1억인가요? (POS·배달 플랫폼에 찍힌 총 매출) - 카드 매출 1억인가요? (현금은 빠진 숫자) - 통장 입금액 1억인가요? (정산 주기·수수료 차감 후 들어온 돈) - 순수익 1억인가요? (진짜 사장님 손에 남은 돈)
대부분의 사장님이 "1억 번다"고 말할 때 떠올리는 건 사실 그저 통장 잔고나 매출 어림짐작입니다. 정작 진짜 순수익을 계산하려면 매출에서 다음을 전부 빼야 합니다.
> 매출 – (재료비 + 임대료 + 인건비 + 카드/배달 수수료 + 공과금 + 부가세 + 종합소득세 + 4대보험)
이 식에서 단 한 줄이라도 빠진 채 계산하면, 그 숫자는 사장님을 속입니다. 특히 부가세·종소세는 통장에 잠시 머무는 남의 돈입니다. 통장에 1,000만 원이 있다고 그게 다 사장님 돈이 아닙니다. 다음 달, 다음 분기에 빠져나갈 세금이 그 안에 섞여 있죠.
이걸 모르고 통장 잔고를 자기 돈으로 착각하다가, 신고 시즌이 닥치면 "통장이 어떻게 갑자기 비었지?"가 되는 겁니다. 회사원의 1억은 그래서 무서울 정도로 정직합니다. 자영업자의 '순수익 1억'은 직접 계산해 본 사장님만 진짜 손에 쥡니다.
진짜 순수익을 모르면 무엇을 잃게 될까요?
내 순수익을 모르는 사장님은 단지 "찜찜한 정도"로 끝나지 않습니다. 실제로 돈과 협상력을 잃습니다.
① 세금 신고 때 절세를 못 합니다. 비용을 경비로 인정받으려면 증빙과 함께 정리돼 있어야 합니다. 기록이 없으면 세무사도 손쓸 방법이 없습니다. 그 결과, 낼 필요 없던 세금까지 그대로 냅니다.
② 가격 인상 타이밍을 놓칩니다. 원가는 매달 오르는데 내 마진율이 얼마인지 모르면, "올려야 한다"는 감만 있을 뿐 결단을 못 합니다. 한참 손해를 보고 나서야 가격을 손대지만, 이미 늦은 경우가 많습니다.
③ 폐업·매각 시 권리금 협상이 약해집니다. 가게를 넘길 때 가장 강력한 무기는 "이 가게가 한 달에 얼마를 남긴다"는 검증 가능한 숫자입니다. 기록이 부실하면, 사장님은 "장사 잘됐어요"라고 말해도 인수자는 그 말을 깎고 또 깎습니다.
④ 회사원 친구와 비교에서 자존감만 무너집니다. "그래도 내가 낫겠지"라는 막연한 추측은, 친구가 명세서 보여주는 한 번에 무너집니다. 내 숫자를 정확히 알면 비교 자체가 무의미해지는데, 모르니까 계속 휘둘립니다.
저도 첫 가게 6개월 만에 폐업할 때 가장 후회한 게 이겁니다. "내가 도대체 한 달에 얼마를 남기고 있었지?"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로 가게 문을 닫았습니다. 폐업의 진짜 통증은 가게를 잃은 게 아니라, 내가 보낸 6개월의 숫자가 통째로 사라졌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럼 내 진짜 순수익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답은 허무할 정도로 단순합니다. 매일 짧게라도 매출과 비용을 직접 기록하는 것, 그리고 월말에 그 기록을 한 번 정리해서 순수익을 1초 만에 답할 수 있는 사장님이 되는 것입니다.
회사원이 매달 명세서를 받는 것처럼, 사장님도 매달 자기만의 명세서를 만들어야 합니다. 차이는 단 하나, 회사원은 누군가 만들어 주고 사장님은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게 귀찮아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직접 기록한 데이터만이 사장님의 진짜 자산이 됩니다. 자동으로 굴러 들어오는 숫자는 사장님 머리에 남지 않습니다. 직접 쳐 본 숫자만이 다음 달 의사결정의 근거가 됩니다.
일기월장은 바로 이 일을 도와주는 자영업자 미니 ERP입니다. 가계부 어플이 아닙니다. 사장님이 매출·지출을 직접 기록하면,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세금 예측·손익·현금흐름·직원 스케줄·급여명세서까지 한 화면에서 굴러갑니다. 대기업에는 ERP가 있고, 사장님께는 일기월장이 있습니다.
진짜 승자는 '1억'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자기 숫자를 아는 사람입니다. 회사원 친구가 명세서를 보여줄 때, 사장님도 자기 명세서를 꺼낼 수 있어야 비교가 가능해집니다.
❓ 자주 묻는 질문
- Q. 통장에 남은 돈이 곧 제 순수익 아닌가요?
- A. 아닙니다. 통장 잔고에는 아직 안 낸 부가세, 다음 달 카드값, 곧 나갈 세금이 섞여 있습니다. 이걸 순수익으로 착각하면 세금 낼 때 통장이 텅 빕니다.
- Q. 자영업자가 세금을 덜 내니까 회사원보다 무조건 유리한 거 맞죠?
- A. 비용을 경비로 처리해 세금을 줄이려면, 그 비용이 증빙과 함께 정리돼 있어야 가능합니다. 기록이 없으면 절세도 못 하고, 내 순수익도 모르는 최악의 조합이 됩니다.
- Q. 세무사에게 맡기면 제 순수익을 알 수 있지 않나요?
- A. 세무사도 결국 사장님이 준 자료로 계산합니다. 평소 기록이 부실하면 세무사가 받아보는 숫자도 부실하고, 그 결과 사장님의 순수익도 안갯속에 남습니다.
마무리
진짜 승자는 '1억'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자기 숫자를 아는 사람입니다. 세무사도 배달 어플도 아닌, 사장님 본인이 매일 직접 쌓은 숫자만이 신고할 때도, 가게를 넘길 때도, 회사원 친구와 마주 앉았을 때도 사장님을 지켜줍니다.
일기월장은 사장님이 직접 기록해 '나만의 경영 데이터'를 쌓는 미니 ERP입니다. 대기업에 ERP가 있다면, 사장님께는 일기월장이 있습니다.
이 글을 안 읽어도 당장 망하진 않습니다. 다만 누군가 "너 한 달에 얼마 남겨?"라고 물었을 때 "글쎄요…"라고 답하는 사장님으로 남지는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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