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장님, 가게가 진짜 위기에 몰렸을 때 사장님을 지켜줄 사람은 누구일까요?
저도 배달 어플에서 맛집 1위까지 가봤고, 첫 가게는 6개월 만에 접어봤습니다. 그 두 경험이 가르쳐 준 건 하나였습니다. 위기의 순간 가게를 지키는 건 반짝 이벤트가 아니라, 평소에 쌓아둔 신뢰라는 것. 2026년 7월, '크래미'를 만드는 한성기업에서 그 교과서 같은 장면이 나왔습니다.
크래미가 왜 상장폐지 위기였나요?
한국거래소는 지난 7월 1일부터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을 코스피 300억원, 코스닥 200억원으로 상향했습니다. 내년 1월부터는 각각 500억원과 300억원으로 한 차례 더 강화될 예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1963년 설립된 '크래미' 제조사 한성기업의 시가총액이 기준선에 근접하면서 상장폐지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60년 넘게 이어온 회사가 제품이 아니라 '시가총액' 때문에 흔들린 겁니다.
그러자 소비자들이 움직였습니다. "크래미는 죽어도 못 보낸다", "장바구니에 크래미를 가득 담아 마음으로 응원하겠다", "크래미 만드는 회사가 상폐되는 게 말이 되냐. 좋은 기업은 살아남아야 한다"며 제품 구매와 주식 매수에 나선 것. 이른바 '돈쭐' 운동입니다.
- 7/1 상장폐지 기준 강화
- 시총 근접, 위기설 확산
- 소비자 구매·주식 매수 '돈쭐'
- 주가 7.90% 급등, 기준선 회복
결과는 숫자로 나타났습니다. 9일 오후 2시 15분 기준 한성기업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380원(7.90%) 오른 5190원. 2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시가총액도 상장폐지 기준을 웃도는 수준으로 올라섰습니다. 고객이 회사를 살린 겁니다.
칭찬받는 순간에 왜 "수입산도 씁니다"라고 말했을까요?
여기서 진짜 배울 장면이 나옵니다. 한성기업은 9일 공식 입장문에서 감사 인사와 함께 "저희만 너무 과한 칭찬을 받은 것이 아닌지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온라인에서 확산된 '국산 원료만 쓰는 착한 기업'이라는 평가에 대해 스스로 사실관계를 바로잡았습니다. "수입산 원재료도 사용하고 있다"고요. 이어 "제품 원산지는 홈페이지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으며, 오해를 방지하고 정확하게 공개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칭찬이 돈이 되는 순간에, 그 칭찬의 과장된 부분을 스스로 걷어낸 겁니다. 25회째 UN 참전용사분들을 위한 '영웅을 위한 음악회'를 조용히 이어온 것도 이번에 재조명됐는데, 회사는 이것마저 "기업이 이끄는 과분한 이름으로 칭찬받기보다 영웅분들의 헌신이 더 알려졌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위기 때 갑자기 만든 이미지는 없었습니다. 평소의 투명한 원산지 공개, 조용한 사회공헌, 그리고 불리한 사실도 먼저 말하는 태도 — 이 오래된 습관이 위기의 순간 '지켜주고 싶은 회사'라는 자산으로 돌아온 겁니다.
사장님 가게에서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동네에서 세탁소를 하는 박 사장님은 옷을 받을 때 "이 얼룩은 완전히 안 빠질 수 있습니다"라고 미리 말합니다. 실제로 못 빼면 세탁비를 받지 않습니다. 당장은 손해 같지만, 7년이 지난 지금 매출의 70%가 단골입니다. 옆 세탁소가 폐업 위기를 겪는 동안 이 가게는 코로나도, 임대료 인상도 버텼습니다.
수학 공부방을 운영하는 최 원장님은 성적이 안 오른 달이면 학부모 상담에서 먼저 인정합니다. "이번 달은 제 커리큘럼이 아이와 안 맞았습니다. 이렇게 바꿔보겠습니다." 환불 요구가 줄었고, 소개로 오는 등록이 늘었습니다. 불리한 말을 먼저 하는 원장을 학부모는 '숨기는 게 없는 사람'으로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 평소
- 좋은 말만 보여줌
- 위기 때
- 과장이 드러나 신뢰 붕괴
- 회복
- 처음부터 다시
- 평소
- 불리한 사실도 먼저 공개
- 위기 때
- 단골이 먼저 지갑을 열어줌
- 회복
- 한성기업처럼 반전 가능
핵심은 이겁니다. 신뢰는 위기가 온 뒤에는 만들 수 없습니다. 한성기업의 '돈쭐'은 하루 만에 생긴 게 아니라 25년의 진정성이 하루 만에 드러난 것뿐입니다. 오늘 쌓지 않은 신뢰는, 데이터처럼 소급해서 만들 수 없습니다.
정직한 가게의 출발점은 어디일까요?
손님에게 정직하려면, 먼저 사장님이 자기 가게에 정직해야 합니다. 내 원가가 얼마인지, 내 마진이 얼마인지, 이번 달 진짜 얼마가 남았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 — 여기서부터 시작입니다.
원가를 모르는 사장님은 "우리는 좋은 재료를 씁니다"라는 말도 감으로 합니다. 반대로 숫자를 아는 사장님은 한성기업처럼 어디까지 당당하게 공개할 수 있는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원산지도, 가격 인상의 이유도, 숫자가 있어야 정직하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숫자는 세무사도, 배달 플랫폼도 대신 쌓아주지 않습니다. 사장님이 매일 직접 기록해야 남는, 사장님만의 경영 데이터입니다.
❓ 자주 묻는 질문
- Q. '돈쭐'이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 A. '돈으로 혼쭐낸다'는 신조어로, 착한 기업이나 가게를 응원하려고 소비자들이 일부러 제품을 사주는 행동을 말합니다. 한성기업 사례처럼 구매 운동과 주식 매수가 실제 주가·매출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 Q. 불리한 사실을 공개하면 손님이 떨어지지 않나요?
- A. 단기적으로는 그렇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성기업이 "수입산 원재료도 사용한다"고 스스로 밝힌 뒤 오히려 신뢰가 커진 것처럼, 정직한 공개는 장기적으로 가장 값싼 마케팅이자 가장 튼튼한 위기관리입니다. 과장이 들통나는 비용이 훨씬 큽니다.
- Q. 작은 가게도 이런 신뢰 자산을 만들 수 있나요?
- A. 가능합니다. 원산지나 가격 인상 이유를 먼저 설명하는 것,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말하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 다만 전제가 있습니다. 사장님이 자기 가게의 원가·마진 숫자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어디까지 공개할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정직한 가게, 결국 핵심은 평소의 기록입니다. 위기가 닥친 뒤에 만들 수 있는 신뢰는 없고, 소급해서 쌓을 수 있는 데이터도 없습니다. 세무사도 배달 플랫폼도 아닌, 사장님 본인이 매일 직접 쌓은 숫자만이 손님 앞에서 당당해질 근거가 되고, 위기가 닥쳤을 때 사장님을 지켜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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